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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할까요?

사베짱이 이야기

by youngmanee 2011. 2. 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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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처럼 반가운 것이 있을까? 편지는 남의 편지라도 내가 읽어 보고 싶고, 오래 전 온 것도 다시 읽으면 또 반가운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편지는 아마도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존재 인 것 같다.

사실, 편지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니다. 요즘은 핸드폰이나, 문자나, 이메일 등 쉽게 손을 내밀면 닿을 방법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편지를 보내는 일은 꽤나 용기가 필요한 쑥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연말에 연하장 명목으로 하여 편지를 보내곤 했다. 이번에 제주도에서는 유난히 시간이 많았던 관계로 좀 더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더욱더 신경 써서 편지를 써서 보낸 기억이 있다. 가족, 친구에서 부터 회사동료, 관계자분들까지 편지를 쓰다 보니 수일이 꼬박 걸렸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니, 내가 보였다. 다른 시간을 내어 한 해를 마무리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의 생활이 모두 사람들과 있었다.

편지를 쓰다보면, 의외로 편지가 잘 써지는 사람이 있고, 잘 안 써지는 사람이 있다. 하얀 백지 공간이 너무나 크게 느껴질 때도,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있다. 마음도 그러했다. 자주 보고 안 보고를 떠나서, 편안함, 그리움, 즐거움, 불편함,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이 백지 위에 그려진다. 편지위의 첫줄을 쓰고 나면 나도 모르게 한동안 펜을 놓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러해서 일 것이다. 모두가 당연하게 편지를 보내던 나의 사람들인데, 여러 해 동안 얼굴을 잘 보지 못했던 사람도, 마음이 멀어졌던 사람도, 저녁한번 제대로 못했는데도 언제나 함께 있다고 생각 드는 사람도, 그냥 습관처럼 리스트에 올라 형식적으로 편지를 주게 되는 사람, 보낼까 말까 하는 고민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속상한 기분.

올해는 총 54 통의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2통, 답장을 기대하고 보낸 건 아니니깐 크게 연연하지 않지만, 답장이 오면 왠지 기쁜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지난해보다 많이 왔다. 그거면 됐지 싶다. 내년에도 연말에 쓰는 손 편지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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